이번 학기의 대상지는 2호선 당산역부터 영등포 로터리로 이어지는 버드나루로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가로변을 따라 선형으로 상업지역이 형성되어 있고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혼재되어 있는 노선형 상업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사업성 논리로 인해 상업지역의 지정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과도한 주거 중심의 개발이 이루어져, 사실상 변형된 주거형태인 주거용 오피스텔 용도의 건물들이 100평 내외의 작은 필지들에 기이한 비례로 즐비하게 늘어 서있는 장소이다.

이런 현상은 중심지가 아닌 대부분의 노선형 상업지역에서 흔하게 접하게 되는데, 이곳의 건축물들은 필지의 규모가 다소 큰 경우에는 오피스텔의 전형적인 형식을 갖추어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을 띄고 있지만, 소규모 필지들에서는 4~5층 규모의 다가구, 다세대주택을 쌓고 또 쌓아, 늘리고 높여서, 서로 나란히 도열한 듯한 매우 낯설고 기형적인 경관이 펼쳐진다. 이는 도쿄와 홍콩 그리고 밀라노 사이 그 어딘가에 있을 법한데,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고 새로운 비례(new proportion)이며 아직 건축가가 참여할 틈이 좁을 뿐이다.

우리는 이 장소에서 소규모의 주거복합의 설계를 진행한다. 구체적인 삶에 대한 상상으로 시작하여 그것이 주거의 평면의 형식과 내부 공간에 어떻게 적용되며 그리고 도시의 외부 공간에 어떤 모습으로 표현되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다. 이는 삶의 방식이 내부공간과 건물의 외형에 관계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가로공간의 형태와 도시의 경관을 결정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건축물의 형태와 facade를 통해 고유한 길의 분위기를 조성하여 아름다운 도시풍경을 형성하는데 기여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 이 건축물들이 우리의 도시 경관에서 매일 마주치는 일상의 추상화(everyday abstraction)로 존재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